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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형·논술형 평가, 불만사항 NO1정자동 통신 2013. 10. 24. 19:02
경기도교육청의 설문조사
지난 24일 경기도교육청이 낸 ‘중학교 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라는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내 중학생들이 학교에 관해 가장 불만족스럽게 여기는 부분은 ‘서술형·논술형’ 평가(간단히 주관식 평가라 하겠다)라고 한다. 최근 급격히 증가한 주관식 평가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자료라 하겠다.
주로 수능이나 내신 대비 영어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보면 요즘 학교 시험에서 주관식 평가의 비중이나 평가 방식은 학생들의 전반적인 '내공'에 비해 과할 뿐 아니라 불공평하다고 여겨진다. 영어 과목에서 수행평가를 포함한 주관식 평가의 비중은 100점 만점에 50점 정도이고, 이는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비율이다. 문제 출제 방식은 영어 단어 쓰기, 영작, 우리말로 답하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아이들이 문제에 대해 답을 쓰면, 선생님은 정해진 기준에 의해 점수를 매긴다. 약간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문제, 즉 부분 점수를 인정하지 않는 문제도 있고, 예시 답안을 기준으로 부족한 부분만큼 감점하는 문제도 있다. 부분 점수를 인정하는 문제라고 한다.
부분점수가 문제다
아이들이 불만족스럽게 여기는 것은 부분 점수를 인정하느냐 않느냐와 큰 관계가 있다. 필자는 진정한 주관식 시험은 부분 점수를 인정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관식 시험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답을 쓰고, 작문을 한다. 거기에는 완전히 옳은 것과 완전히 틀린 것이 있을 수 없다. 점수는 늘 그 중간에 있어야 하고, 따라서 0점도 만점도 없어야 한다. 주관식 시험의 문제는 그런 평가가 가능한 문제여야 하고, 평가는 그런 식으로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서 이는 이상에 불과하다. 점수는 곧 진학과 관련되고, 따라서 평가는 의의 제기가 불가능하도록 객관적이어야 한다. 시험을 출제하는 교사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주관식’ 문제라는 모순적인 출제를 하게 된다. 방법은 우선 부분 점수가 인정되지 않는 문제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가장 단순한 형태는 단어를 직접 쓰게 하는 방법이다. 철자가 하나라도 틀리면 오답 처리한다. 답이 길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답안의 요건을 아주 구체적으로 적시해서 조금이라고 부족하면 0점 처리하는 ‘가혹한’ 방법도 있다. 부분 점수를 인정하는 문제일 경우, 부분 점수의 인정 요건을 강화한다. 채점 기준과 조금이라도 틀리거나 다르면 감점해 버린다.
시험이란 정해진 시간에 얼마나 많은 정답을 맞추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공교육에서 주관식 시험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다들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초조한 가운데 가혹하고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주관식 시험을 치러야 한다. 방심하면 순식간에 30, 40점이 깎인다. 분명한 건 그 점수만큼 덜 맞은 학생이 더 맞은 학생에 비해 그만큼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험이 아이들을 공정하게 평가하지 못한다.
0점은 빵점이 아니다
영어는 우리말과 무척 다른 언어이다. 하나의 완벽한 영어 문장이 되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조건이 많다. “I like apples."와 같이 간단한 문장에도 따지고 보면 적잖은 문법적 원리가 숨어 있다. 이 문장을 “I like apple."로 쓰면 복수형 apples라 쓸 것을 단수 apple이라 썼으니 분명 틀린 문장이다. 그럼, 이 문장은 100% 틀린 문장일까? 대명사도 제대로 썼고, 수일치도 제대로고, 어순은 정확하다. 무엇보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분명하다. 문제는 학교의 평가이다. 앞의 것은 만점이고, 뒤의 것은 0점입니다.
학교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진정한 실력을 평가하는 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의 평균 점수와 표준 편차를 맞추어, 성적대로 줄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김유철 (분당 정자동 인사이트영어학원 031-717-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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