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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공부하려면 발음기호를 배워라정자동 통신 2013. 10. 24. 20:54
발음기호를 아는 학생이 드물다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는 중2, 3학년 이상의 아이들이라면 발음기호를 아는지 꼭 물어본다. 그리고 가르칠 기회가 되면 꼭 가르친다. 이를 위해 발음기호를 정리한 표와 연습문제를 만들어 놓았다. 아이들이 집중하면 40분 안에 모든 발음기호를 알려줄 수 있고, 20~30분 정도 연습하면 혼자 힘으로 어느 정도 발음기호를 읽을 수 있게 된다. 1시간 남짓 되는 시간을 투자하면 아이들이 앞으로 영어 단어를 공부하는 데 필요한 정말 효율적인 도구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분당 정자동, 아이들 교육에 대한 열성이라면 전국에서 손꼽아 주는 동네이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공부해온 아이들도 무척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음기호를 아는지 물어보면 100명 중 2, 3명이 알까 말까이다. 남들이 안 하니까 나도 안 하는 게 당연하다. 상담을 하면서 어머니에게 아이가 발음기호를 아는지 물어보면, “요즘도 발음기호를 배우나요?”라는 답변을 듣기도 한다. 발음기호는 그 옛날 고리타분한 방식으로 영어를 배울 때의 유물이 아니냐는 식의 반응이다. (사실 그 옛날에도 발음기호는 아는 사람만 알았고, 제대로 발음기호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때도 영어 쫌 한다는 사람들이나 발음기호를 제대로 읽을 수 있었다. 큰 시간 들이지 않고 배울 수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제대로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
발음기호를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선 전자사전을 그 이유로 든다. 전자사전은 버튼만 누르면 발음을 들어볼 수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에 전자사전 앱을 설치하면 언제라도 단어가 내는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각종 음성 파일도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영어의 소리를 들어보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외국어와 모국어의 소리 사이에 존재하는 커다란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정말 누구든 사전의 버튼만 누르면 영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자라서 한국어의 음운체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전자사전의 버튼을 누르고도 영어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f]라는 발음과 [p]라는 발음은 분명 다른 발음이다. 전자사전은 이를 분명히 구분해 발음해 준다. 하지만 한국인의 귀에는 그냥 ‘ㅍ’로 들리게 된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구별되지 않는 소리는 꽤 여러 개 있다. [b]와 [v]도 우리에겐 그저 ‘ㅂ’으로 들릴 뿐이고, [θ] 같은 발음은 듣는 사람에 따라 ‘ㅆ’로도 ‘ㄸ’로도 들린다. 사실, 우리는 [b]와 [p]도, [l]과 [r]도 구별하지 못한다. 모음은 어떤가. 모두 ‘ㅓ’라고 들리지만, 영어에서는 [ʌ], [ə], [ɔ]로 모두 다를 수가 있다. 발음기호 없이 사전의 버튼만 눌러 발음을 따라하게 되면, 영어의 발음을 한국어 발음에 억지로 맞춰 따라하게 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
발음기호를 통해 영어단어를 빠르고 정확히 배운다
오랜 시간 들여 사전을 찾아가며 영어 단어를 공부하고 있지만 실은 아주 부정확하게 공부하고 있다면 정말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를 막을 최선의 방법은 발음기호를 공부하는 것이다. 발음기호 하나하나가 내는 소리를 정확히 익히고,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서 그 기호에 맞는 소리를 입으로 발음해서 익히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정확하게 영어의 소리를 익히는 방법이다.
영어 발음 기호에 사용되는 문자는 특수 기호를 포함해도 30개 정도이다. 대부분이 이미 알고 있는 알파벳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새로 배워야 할 기호의 수는 10개 정도이다. 이 기호를 알고 있으면, 영어 사전을 펴 보아도 자신이 있다. 단어 바로 옆에 붙은 발음기호 때문에 사전을 볼 때마다 주눅이 들었다면,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영어 교과서에 붙은 발음기호도 읽을 수 있다. 교과서에서 내가 몰랐던 부분이 사라지는 것이다. 많아야 3% 아이들의 이야기다.
ⓒ김유철 (분당 정자동 인사이트영어학원 031-717-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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