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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성적은 정확한 잣대가 아니다정자동 통신 2013. 10. 30. 17:12
내신 시험 문제의 오류
분당에서 잘 나간다는 A고등학교의 이번(2013년) 1학년 2학기 1차 지필고사 영어시험에 나온 문장들이다.
(a) There is a wide variety of books available in a living library. (살아 있는 도서관에는 이용가능한 매우 다양한 책들이 있다.)
(b) I learned that wearing those expensive dresses and going to parties is just small parts of their jobs. (그들이 비싼 옷을 입고 파티에 가는 것이 그들 직업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나는 배웠다.)
두 문장 모두 문법적으로 틀린 문장으로 제시되어 있고, 이중 어떤 것이라든 답으로 선택하면 오답으로 처리된다.
(a)가 오답인 이유는 밑줄 친 부분에 있다. is가 아니라 are를 써야 한다. 주어(a wide variety of books, 매우 다양한 책들)를 단수가 아닌 복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b)가 오답인 이유도 유사하다. is란 동사의 주어가 두 개(wearing...과 going...)이기 때문에 is가 아니라 are를 쓰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주어가 단수냐 복수냐에 따라 동사의 형태를 맞추는 문제이다. 문법에서는 ‘수일치’라고 한다.
좀 어려운 내용이지만, 필자가 말하려는 것은 정답 풀이가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이다. 사실 저 두 문장은 모두 맞는 문장이다. 영어 사전을 찾아보면 ‘a (wide) variety of 복수명사’를 단수로도 복수로도 취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복수로 취급하는 것이 더 낫다고는 되어 있지만 단수로 했다고 틀린 것이 아니다. 두 번째도 마찬가지다. 글의 내용 상 ‘비싼 옷을 입고 파티에 가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비싼 옷을 입는 것’과 ‘파티에 가는 것’은 서로 별개의 개념이 아니다. 이럴 경우 둘을 단일한 개념으로 보고 단수로 취급할 수 있다.
그럼 학교에서는 왜 (a)와 (b) 두 문장을 틀린 문장으로 봤을까? 두 문장 모두 교과서에 등장하는데, 거기서는 is가 아닌 are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시험문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교과서 문장의 are를 is로 바꿔 놓은 것이다. 교과서에 나온 문장을 바꾼 것이니 잘못된 문장이란 것이다.
내신 시험, 잘 봐야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이의제기는 없었던 것 같다. 필자도 학생의 학부모가 아니기 때문에 학교에 전화를 걸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참 난감하다.
아이들은 이런 애매하고 잘못된 문제에 마주치고 실망하게 된다. 문법은 무척 까다롭고 어려운 것이구나, 라며 좌절하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내신시험에 대비해 아이들을 준비시키는 입장에서는 근거에 기초하고 영어의 현실을 반영한 문법 교육이 좌절에 부딪친다. 사실은 둘 다 되지만, 교과서에 이렇게 나오니까 그냥 외워 둬라, 라고 말해줄 수는 있지만 도리어 혼란만 가중시킨다. 학교 선생님께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여전히 우리의 학교는 권위적이다. 괜히 어정쩡하게 처리했다가는 선생님에게,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아이들은 잘 알고 있다.
학교 내신, 별로 공정하고 정확한 잣대가 아님에도 거기에 맞춰 무조건 본문을 외워야 한다고 가르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김유철 (분당 정자동 인사이트영어학원 031-717-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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