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 단어가 기본이다

단어 추측하기

 

2×5+x=10

x=?

 

x를 □로 바꾸기만 하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라도 바로 답을 맞힐 수학 문제이다. ×, +, =, 2, 5, 10 등의 기호가 갖는 의미를 알고, 이들 기호를 사용해 계산하는 방법을 알면 답 2는 바로 나온다.

 

모국어든 외국어든 글 속에서 단어를 이런 식으로 알아갈 수 있다면 이상적이라 할만하다. 글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우리는 그 단어의 뜻을 추측할 수 있다. 단, 나머지 단어들의 뜻을 알고 그 단어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알아야 한다. 어휘와 문법, 그리고 글의 맥락에 대한 지식이 그것이다. 맥락 속에서 단어의 뜻을 알아낸다고 한다.

 

영어를 공부할 때도 이렇게 단어를 공부해 나가면 정말 좋다. 한 페이지에 4-5개 정도 모르는 단어가 나오는 글을 읽는다.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간단히 펜으로 표시하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예상해 본다. 귀찮겠지만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표시한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 자신이 예상한 뜻과 맞는지 확인한 후 암기한다.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좀 더 높은 수준의 글을 찾아 같은 방법을 되풀이 한다.

 

글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일단 글이 좋아야 한다. 잘 쓰인 좋은 글이어야 효과적으로 진행된다. 논리적이고 추론적인 글이 좋다. 단순히 상황을 묘사하는 글에서는 단어의 의미를 추측하는 일이 쉽지 않다.

 

문제는 처음부터 이런 방식으로 공부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어휘력과 어법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일단 매우 쉬운 단어와 문법으로 된 글에서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런 글들은 극히 단조로운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읽기에 지루하다. 천천히 수준을 높여 나가면서 일정 정도의 재미와 내용을 갖춘 글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도 적잖게 걸린다.

 

기본 단어를 외우고 시작한다

 

좀 힘들고 어렵더라도 단어와 문법을 약간 갖추고 시작하는 게 좋다. 그러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단어와 문법을 갖추어야 나름 괜찮은 읽기가 가능할까? 단어는 약 3000개 정도이다. 옥스퍼드영어사전(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을 기준으로 한다. 이 사전은 뜻풀이에 사용하는 단어(defining vocabulary)의 수를 3000개로 정해 놓고 있다. 이것은 이 두꺼운 사전의 표제어로 등장하는 모든 단어가 이 3000개의 단어로 풀이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옥스퍼드영어사전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이란 뜻이다. 아이들에 따라 다르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1, 2학년을 열심히 보내면 숙지할 수 있는 분량이다.

 

문법은 중2 정도 수준이다. 영어 문법의 핵심이 되는 부분은 중2 때까지 거의 다 등장한다. 이들 문법내용을 개념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체득하고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이 부족하면 글의 섬세한 부분에 대한 정확한 독해가 힘들다. 대충 이런 내용이겠거니 하고 읽는 것으로 끝나고 마는데, 한국적 상황에서는 오히려 영어 학습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단어를 글 속에서 익혀 나가기 위한 전제조건은 기본단어(3000개)와 기본문법(중2 정도 수준)이다. 단어와 문법은 따로 가지 않는다. 영문법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단어의 쓰임(usage)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를 돌파하는 최선의 방법은 읽기를 통한 단어 학습이다.

 

ⓒ김유철 (분당 정자동 인사이트영어학원 031-717-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