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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영어는 종합적 사고력 평가다정자동 통신 2013. 11. 11. 19:54
2014 수능은 특별했다
지난 7일에 실시된 2014년도 수능시험은 좀 특별했다. 영어 B형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유일한 시험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A, B형 구별이 이번 한번으로 끝난다. 게다가 이번 B형에서 4개의 문제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까다로웠다. 필자만 그렇게 생각하나 싶어 다른 영어 선생님들에게 전화도 해 보고, 대형 재수 학원 강사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모두들 어려웠다는 의견이었다. 평소만큼 잘 본 학생을 찾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문제가 어려우면 1등급 커트라인이 크게 낮아져야 하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밑에서 ‘깔아주는’ 학생들은 A형 시험을 치렀기 때문이다. 명문 대학이라고 하는 곳들은 대개 1등급을 요구하기 때문에 큰 꿈을 가졌던 학생들 중 시험 도중 크게 좌절감을 느낀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앞으로 영어 시험이 어떻게 출제되느냐가 문제이다. 2015 수능부터는 A, B형의 구별이 없어져서 쉬워질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건 아무도 모른다. 2014 수능 B형 문제도 사실 예년의 영어 문제 수준에 맞춘 것이라는 게 교육과정평가원의 주장이었다. 그러니 앞으로 영어 문제도 이런 수준일 수 있다. 단, A, B형의 구별이 없어졌으니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높은 등급을 따기는 더 쉬울 것 같다.
특히, 어려웠던 영어 B형 문제
2014 수능 영어에서 특히 어려웠던 문제는 B형 33, 34, 35, 36번였다. 모두 3점짜리 문제로 총 12점에 해당한다. 36번만 약간 유형은 다르지만 그래도 모두 빈칸 문제였다. 수능 문제의 70% 정도는 EBS에서 발행한 수능연계 교재의 지문을 사용하는데, 이 네 문제는 모두 외부 지문을 사용했다.
수능 출제 위원들은 EBS 교재와 연계된 문제는 기본적으로 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연계 교재를 다 본 학생들이라면, 일단 읽어 본 지문이니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연계되지 않은 문제로 변별력을 높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문제 유형은 정해져 있고, 학생들의 등급은 구별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웠던 4개의 문제가 상위권 학생들을 선별해 내기 위한 문제였다. (접해 본 지문이라고 해서 문제도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내신 시험 문제는 모두 쉬워야 한다. 게다가 EBS 연계교재는 적은 양이 아이다. 청취문제까지 합치면 모두 2700문제이다!)
4문제 모두 인문·사회·자연과학과 관련된 지문을 사용했다. 지문별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는지 보자.
33번 문제는 사회과학 지문이다. 합리적·객관적·과학적 방법을 통한 정책 결정이 반드시 공정한 것은 아니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공리주의적 합리성, 사회구성체 같은 어려운 사회과학 개념들이 등장한다.
34번 문제는 자연과학과 관련된 지문으로,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오류와 편견도 알고 보면 첨단 경보 시스템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auditory looming(청각적 출현?)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 용어는 구글을 검색해 보아도 제대로 된 개념 설명을 찾기가 어렵다. 이 개념을 정확히 알아야 문제를 풀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초반에 등장하면서 계속 독해를 방해했다.
35번의 지문은 과학자들에게는 자신들끼리 사용하는 언어가 있는데, 그들이 일반인과 소통할 때는 과학자로서의 본성을 배반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글이 정리된다. 어려운 단어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내용이나 문장 구성이 까다롭다. 인문·사회·자연과학 전반에 걸친 소양이 있어야 글에 대한 접근이 쉬운 지문이다.
36번 문제의 지문은 인간의 최고 지성이란 서로 반대되는 생각을 함께 포괄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주장을 펼쳐나간다. 물론, 현실에서 인간은 반대되는 현상이나 생각과 마주치게 되면 한쪽을 거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지문에는 이와 관련된 예들이 등장한다. 글 속의 논리 흐름을 깔끔하게 따라가지 못하면 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 글이다.
영어시험은 '영어' 시험이 아니다
고3 수능 문제를 보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2014 수능에서 특히 뼈저리게 느낀 것이 있다. 이제 영어를 ‘영어’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단어와 문법은 기본이다. 글을 읽는 독해 능력이 핵심인데, 인문·사회·자연과학적 배경 지식이 그 기본에 깔려 있어야 한다. 특히 인문학적 지식이 그 근저에 있다. 영어로든, 국어로든 많은 독서와 사고 훈련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문제를 해결하는 논리적이고 추론적인 사고가 생겨난다. 간단히 비판적 사고라고 하는 부분이다. 수능 영어는 이제 ‘영어’가 아니라 ‘사고력’ 시험이다.
ⓒ김유철 (분당 정자동 인사이트영어학원 031-717-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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