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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공부해도 말 한마디 못한다는 분들정자동 통신 2013. 11. 14. 21:31
회화중심의 영어가 실용영어는 아니다
영어공부를 10년 했어도 외국인 앞에서 영어로 말 한마디 뻥끗 못한다는 푸념을 자주 듣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결론으로 이어진다. 영어공부를 ‘말 한마디’ 하는 영어로 바꾸자는 것이다. 실용영어라는 말도 이런 맥락에서 자주 등장한다. 실용영어 하면 곧 회화 중심의 영어, 말하기 · 듣기 중심의 영어가 되어 버렸다.
만약 실용영어를 회화중심의 영어, 말하기 · 듣기 중심의 영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어려웠다는 2014 수능영어는 그 정점이었다. 영어의 문항 수가 50개에서 45개로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듣기 문제는 17개에서 22개로 늘어났었다. 배점의 약 50%가 듣기였다.
2014 수능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2015 수능부터 이 비율은 다시 줄어들어서 45문항 중 17문항이 듣기 문제가 되었다. 비율은 약 40% 정도다. 집권 초기부터 실용주의를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의 수능 제도 개선안의 일부가 한번의 수능으로 종료된 것이다.
독해력이야말고 영어학습의 목표
영어 학습의 실용성을 어떻게 볼 것이냐가 문제이다. 우리말을 가지고 생각해 보자. 한국인들은 한국어로 된 중요한 정보를 어디서 얻는가? 물론 강연이나 강의, 수업, TV나 라디오처럼 청각이 개입된 매체로부터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실은, 그보다 더 잘 정리되고 유익한 정보를 얻는 곳은 책이나 신문, 잡지, 논문과 같은 문자 매체이다. 특히 요즘처럼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기 쉬운 상황에서는 더욱 문자 매체를 통한 정보습득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영어의 실용성을 생각해 본다면, 영어야말로 문자매체가 중요한 언어임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외국인과 직접적으로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다. 설령, 그런 기회가 있다 해도 그것을 통해 고급 정보를 획득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런 정보를 구두로 전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구두로 전달된다 해도 그것을 알아듣기는 더욱 어렵다. 고급 정보에는 고급 단어가 들어가는데, 말로 전달받는 과정에서 그 단어들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당연히 영어로 된 정보는 책이나 신문과 같은 문자 매체를 통해 얻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그 양과 질도 우수하다. 게다가 인터넷은 영어가 지배한다. 신문과 논문, 위키피디아 같은 사전, 각종 정보 사이트 등 이 모든 것이 문자로 되어 있다. 이것들을 해석해 낼 수 있을 때 영어를 배운 보람이 있는 것이다.
영어로 된 글을 읽는 능력이야말로 영어의 실용성을 극대화시킨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설령 영어로 말 한마디 못한다 하더라도 영어로 된 글을 잘 읽을 수 있다면 정말 유익하다. 글로 된 영어도 제대로 읽지 못하면서, 영어로 일상적인 회화가 가능한 반대의 경우보다 낫다. 국어 활용의 정점은 독서력에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그 정점은 영어로 글을 잘 읽을 수 있는 능력에 있다.
수능에서 듣기가 줄고, 독해가 는 것은 개인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실용성 측면에서 바라본다 해도, 듣기의 비중이 그렇게 클 필요가 없다. 영어는 문자로 된 정보의 양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언어이다. 학술, 교양, 오락 등 모든 분야에서 영어가 품고 있는 정보는 그 양과 질에서 유사 이래 그 어떤 다른 언어와도 비교될 수 없다. 그런 것들을 이용하는 능력은 영어로 된 글을 읽는 능력에서 나온다.
잘 읽어야 잘 들리고 잘 말한다
말하기 듣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이제까지의 경험에서 보면, 영어를 듣고 말하는 능력은 글로 된 영어를 이해하는 능력과 정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영어를 잘 읽는 사람이란 영어를 빠른 속도로 읽으며, 그 내용을 파악해 내는 사람이다. 그런 수준이 되면 당연히 영어가 들리게 되어 있고, 들리면 말하게 되어 있다. 이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소홀히 하고, 회화에 매달릴 때 당장은 실력이 느는 것 같지만, 곧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우리말도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이 잘 한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김유철 (분당 정자동 인사이트영어학원 031-717-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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