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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발견하는 영문법(1)정자동 통신 2013. 12. 24. 19:34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방식은 20,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바뀐 것 같지 않다. 첨단 정보화 시대, 스마트폰을 손끝으로 살짝 건드리는 것만으로 인터넷을 통해 최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이다. 학교는 교실마다 대형 TV와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다. 그런 장비들을 통해 수업시간에 교육용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원어민의 목소리로 교과서 본문을 들려줄 수도 있다. 때로는 책상마다 컴퓨터가 설치된 교실에서 영어수업을 하기도 한다.
여전히 예전 그대로인 교실
그러나 모두 하드웨어적 변화일 뿐이다. 아이들을 통해 듣게 되는 학교 수업의 모습에서 본질적으로 이전과 다른 무엇을 발견하기 어렵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교과서의 본문을 읽고 해석해 준다. 필요하면 교과서에 나오는 중요한 문법 사항들을 설명해 준다. 선생님이 영어를 읽어주면 아이들이 따라 읽는 방식의 수업도 있지만, 예전처럼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과거보다 멀티미디어(시청각) 자료를 더 활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 수업의 방식은 예전 그대로이다. 교과서도 종류가 더 많아지고, 인쇄상태나 종이의 질이 더 좋아졌다는 점만 빼면 예전 교과서와 그리 다르지 않다. 역시 영어는 영어이고, 진리는 늘 하나다, 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 현실에서는 그것이 최선이기 때문에 늘 그래야만 하는 걸까?
전반적인 추세는 예나 지금이나 늘 문제가 되는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다. “자, 여기서 many는 ‘많다’는 뜻이다. 뒤에는 꼭 셀 수 있는 명사의 복수형이 와야 한다. 셀 수 없는 명사 앞에서는 much를 써야 한다.” 선생님은 이런 식으로 영어를 설명해 나간다. 아이들이 선생님의 말을 생각해 볼 시간은 많지 않다. 정말 many 뒤에 나온 명사가 셀 수 있는 명사의 복수형인지는 눈치 빠르고 머리 좋은 아이들이나 확인하고 넘어간다. 나머지 아이들은 교과서에 설명을 받아 적기도 바쁩다. 잘 받아 적기만 해도 우수한 학생 축에 드는 게 현실이다.
대화를 통한 문법 학습
대학을 다니면서 읽었던 플라톤의 대화편은 충격적이었다. 소크라테스가 대화를 통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깨우침을 얻게 하는 장면을 읽으며 내가 알았던 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에 일종의 피곤함과 모종의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기에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은 참으로 신선했다. 앞으로 무언가를 가르친다면 꼭 그런 식으로 가르쳐야겠다는 사명감까지 느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영어를 가르칠 때도 가능하면 아이들과 질문과 답변을 해 가면서 가르치려 노력한다. 이런 식이다.
아이들과 책을 읽다 다음과 문장을 만났다고 해 보자.
“Every boy loves their school.”
아이들에게 말을 던진다.
“이 문장 해석해 볼 사람?”
“모든 소년이 자기 학교를 사랑한다.”“잘했다. 그런데 ‘모든’이라고 했지? 그럼 학생은 한 명일까, 여러 명일까?”
“여러 명이겠지요.”
“그래, 그러면 문장을 다시 좀 볼래. 좀 이상하지 않니?”
“··· 여러 명이면 boys라고 해야 하는데, boy라고 했어요.”
“맞아. 또 없니?”
“··· 동사도 has라고 한 것 보니, 한 명인 것 같아요.”
“그럼 왜 boys 대신 boy, have 대신 has라고 했을까?”
“··· 아무리 봐도 every 때문인 것 같아요. 다른 건 없잖아요.”
“그래, 그럼 every에 대해 무얼 알 수 있을까?”
“every는 뜻을 봐서는 복수일 것 같지만, 뒤에는 단수 명사가 오고, 그 뒤에 동사가 올 때도 단수처럼 생각해야 해요.”
간단한 문장이지만 앞의 문장에서 발견할 것은 더 있다.
“좋아! 그런데 every를 단수로 본다면, 앞의 문장에서 또 이상한 것이 있어. 뭘까?”
“··· every가 단수인데, 뒤에 their가 나온 것이 이상해요. their는 ‘그들의’란 뜻이니까, 복수잖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Every boy loves his school.”
“좋아, 그렇게 쓸 수도 있겠어. 그럼, 앞의 문장은 틀린 걸까.”
“그것도 책에 나오는 것이니까 맞지 않을까요?”
“그래, 책에 나와서라기보다는 요즘에는 every가 나왔을 때, 그것을 받는 대명사는 they, them, their처럼 복수를 쓰기도 해.”
“어쨌든 every가 의미상으로는 복수니까 그런 것 같아요.”
소크라테스식 문답법(Socratic method)이라고 한다. 소크라테스가 시작했다고 하지만, 동서고금의 현인들은 모두 이 방법을 즐겨 썼다. 대화를 통해 학습자들이 스스로 원리를 발견해 나가도록 하는 방법이다.
철학적인 대화에서만 이 방법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그 어떤 학습에도 이런 방법은 무척 효과적이다. 일방적인 강의보다 약간 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스스로 발견한 문법의 규칙이기 때문에 훨씬 기억에 잘 남는다. 학생들이 많아 못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이 많든 적든 교사는 질문하고 아이들이 답을 찾게 해주면 된다. 모든 학습자에게 묻고 답할 기회를 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 뿐, 학생의 수와는 상관이 없다.
교사는 더 질문해야 하고, 아이들의 말에 섬세하게 반응할 줄 알아야 한다. 문제 해결의 알고리즘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당연히 수업 준비도 더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모든 학교가, 모든 학원이 이런 식으로 수업하면 좋겠다.
ⓒ김유철 (분당 정자동 인사이트영어학원 031-717-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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